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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한때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을 선택해 동경했다. 그 동경은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끝이 났고.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10년이나 지속한 엄청난 짓을 한 후, 헤어지는 더 엄청난 짓을 하고 나서야 끝낼 수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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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오르며 정리한 나의 짐은 상자 3개였다. 상자 3개로 정리되는 인생이라 생각하니 뭐랄까 기가 찼다. 그 상자 3개를 바라보며 저게 한국에 남겨질 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. 지금은 엄마가 이사를 하시며 그마저도 처분하고 한 상자밖에 남질 않았지만. 아 오빠가 내가 소장용으로 모아둔 에쵸티 공책을 정말 공책으로 써버린 것도 한 몫을 했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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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이켜보니 나는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아왔던 듯 싶다.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딱히 연애의 욕구가 생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속에 누군가를/무언가를 담아두고 싶은 욕구마저 없어진 것은 아니다. 그러다 보니 요즘 자꾸 식물을 사들인다. 내 방이 정글이 되는 건 어쩌면 시간문제일지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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직장 동료 중 한 명이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아주 힘들어 했는데, 알고 보니 약혼까지 한 남자가…. 바람을 피워서 헤어진 거였다. 어쩐지…. 남자 친구와 그냥 헤어진 거 치곤 너무 상태가 메롱이다 싶더라니. 그녀의 아버지는 그런 그녀에게 인생 복잡하게 살지 말라는 짧고 강한 말을 남기셨다고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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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어쩌면 식물을 가꾸는 마음으로 나를 가꾸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. 그리고 식물을 가꾸는 일이 내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내에서 질러야겠다는 생각을 오늘 나무 한 그루와 아이비를 사고 나서야 했다. 아이비를 걸어놓을 곳이 없다… ㅠㅠ